소득세법, 변화하는 가족 상황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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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12-06 08:24 조회1,692회 댓글0건본문
현 소득세법이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해 있으며, 변화하는 가족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차별연구회는 “소득세법 5관 종합소득공제는 혼인여부, 가족상황, 혼인상태 및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요소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이와 관련해 11일 ‘연말정산을 통해 본 소득세법상 차별요소’ 토론회를 열었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 둬
차별연구회 측은 이번 인권위 진정은 “소득세법이 변화하는 가족 상황에 부합하고 있지 못하고 남성-생계 부양자, 여성-가사전담 및 자녀 양육자 모델에 기초하고 있음을 비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토론회에선 유정미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원이 발제를 맡아, 소득세법에 나타난 차별적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해나갔다. 먼저 혼인여부에 대한 차별 항목은 ‘부녀자 공제’다. 이 조항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 근로자의 경우 연간 50만원을 종합소득에서 공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차별연구회는 이 조항이 “배우자가 있는 여성에게 추가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혼인가구 중심적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녀자 공제 조항은 기본적으로 취업여성의 가구가 비취업 전업주부가 있는 가구보다 가사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가족 형태의 다양화로 독신가구, 단독 세대주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렇듯 혼인가구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제혜택은 독신가구의 가사비용 보전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부녀자 공제조항은 배우자 없는 여성의 경우에는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에 한해 부녀자 공제를 적용 받을 수 있으나 부양가족이 있고, 배우자가 없는 남성근로소득자 및 단독가구 남성근로소득자의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성별에 대한 차별이 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가사노동은 ‘여성’이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유정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위원장)는 “부녀자 공제조항은 실질적으로 여성을 배려하기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까지 평등의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성은 생계책임자 여성은 가사와 육아 담당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모든 분야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참가해 직업과 가정생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미 연구위원 역시 “이 조항이 현실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성역할 고정관념은 없어져야 할 편견이며, 더군다나 입법에 반영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부녀자 공제조항이 여성의 근로소득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배경에서 입법된 것이라면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혈연중심 가족 틀 깨야
차별연구회는 “소득세법이 법률혼 관계만을 인정하고 있어 사실혼, 동성혼 관계에 있는 근로소득자들을 배제하고 있어 혼인상태 및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야기한다”는 데에도 문제제기 하고 있다.
부양가족의 수에 따라 공제혜택을 주는 ‘인적 공제’가 “새로운 부양-피부양의 관계 형성이 증가하는 현대가족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 소득세법 상 ‘부양가족’은 혈연에 기초한 법적 가족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규정들은 동성애 가족, 한부모 가족, 취미 공동체 등 새롭게 형성되는 가족 구성 속에서의 부양-피부양의 관계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부양가족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인정, 혈연가족이 아니더라고 동거하고 있는 세대 구성원이면서 근로소득자의 피부양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부양가족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유정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등으로 부양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사실상 부양관계까지 확장된다면 허위신고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일단 조세행정의 실무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박혜경 인천발전연구원은 “이 논의 자체가 소득세법에 국한되어서는 안되며, 가족 관련한 타법까지 개정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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