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안팍으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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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12-06 08:33 조회1,678회 댓글0건본문
<가족에 대해 다르게 말하기, 대안적 상상력>
강진영 기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학계와 문화영역을 비롯해 이미 곳곳에서 논의되는 주제다. 그렇다면 가족에 대해 ‘다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성에게, 소수자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고 다가오는 것일까.
지난 6일,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다름으로닮은여성연대’(이하 ‘다닮연대’)는 <가족에 대해 다르게 말하기, 대안적 상상력> 포럼을 마련했다. 이 포럼은 가족을 둘러싼 진부하고 추상적인 논의들을 넘어서 아직 잘 드러나지 않았던 ‘소수자’들의 가족 이야기를 밖으로 끌어내는 자리였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군사주의와 가족주의
기조발제를 맡은 ‘다닮연대’의 간사 타리씨는 “가족에 대한 그간의 여성주의적 비판은 의미가 있지만 그 전제 자체도 이성애중심적, 비장애중심적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여성주의에서는 앞으로 가족이 다양해질 것이라고만 이야기하지만 그 다양함이 어떤 것인지, 다양함을 원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양함이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을반대하는여성연대 WAW의 진경씨는 최근 흥행하고 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언급하며 군사주의와 가족주의의 연결성을 풀어나갔다. 기본적으로 ‘적’을 상정하는 군사주의가 가족주의의 배타성과 맞물린다는 것이다. 진경 씨는 “정상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상’의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들을 비난하고 비정상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울타리를 공고히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곧 민족이며, 국가인 한국 사회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이 세 가지의 동일성은 강화되고 ‘단일한’ 것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진경씨는 “가족해체라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 요즘, 전 사회적으로 어떻게 가족을 다시 뭉치게 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정당성이 외부의 적을 상정하면서 내부의 문제는 덮어버리는 것처럼, 정상가족이데올로기는 가족 내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게 한다”고 분석하면서 “레즈비언이, 장애여성이, 한국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이주 여성이 과연 가족 내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인 가족 안에서의 폭력과 차별이 계속되는 한 ‘평화’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WAW의 입장을 강조했다.
결혼이 장애여성 행복 척도 아니다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대표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몸을 가진’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의 혈연가족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함으로써 장애를 가진 딸이 있으면 바로 ‘비정상적인’ 가족이 되어버린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여성은 혈연가족 내에서 자라면서 어떤 선택권이나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 성인이 되어 가족을 구성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맡겨지는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여성이 독립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가족의 경제적 능력과 재산 정도를 따져서 ‘기초생활수급권’을 결정해버린다.
박 대표는 “결혼이 장애여성에게 행복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혼이나 동거, 또 다른 형태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장애여성이 평등한 가족관계를 가질 수 있기 위한 현실적인 제언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에 본인의 현실을 더 강화할 것’, ‘임대 아파트 입주시, 세대주가 다른 장애여성도 한 가족으로 함께 입주하게 할 것’, ‘장애인 코디네이터를 제도화할 것’등을 주장했다.
동성커플, ‘법적 권리’ 절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의 간사 케이씨는 ‘이성애중심적 가족주의 안에서 레즈비언 살아남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혼을 매개로 한 성인 남녀의 결합이 사회 구성원의 안정적 재생산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 부과되는 중요성은 그 무게만큼,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존재들에게 편견의 시선이나 비난의 강도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딸을 지지해 줄만한 부모가 거의 없는 이 사회에서 대부분의 레즈비언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을 숨기려고 애쓰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소위 ‘결혼적령기’에 이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와 친척들은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추궁한다.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족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혈연가족과의 고리를 끊고 독립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결혼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혜택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적 독립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고, 파트너와 함께 산다고
강진영 기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학계와 문화영역을 비롯해 이미 곳곳에서 논의되는 주제다. 그렇다면 가족에 대해 ‘다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성에게, 소수자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고 다가오는 것일까.
지난 6일,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다름으로닮은여성연대’(이하 ‘다닮연대’)는 <가족에 대해 다르게 말하기, 대안적 상상력> 포럼을 마련했다. 이 포럼은 가족을 둘러싼 진부하고 추상적인 논의들을 넘어서 아직 잘 드러나지 않았던 ‘소수자’들의 가족 이야기를 밖으로 끌어내는 자리였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군사주의와 가족주의
기조발제를 맡은 ‘다닮연대’의 간사 타리씨는 “가족에 대한 그간의 여성주의적 비판은 의미가 있지만 그 전제 자체도 이성애중심적, 비장애중심적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여성주의에서는 앞으로 가족이 다양해질 것이라고만 이야기하지만 그 다양함이 어떤 것인지, 다양함을 원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양함이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을반대하는여성연대 WAW의 진경씨는 최근 흥행하고 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언급하며 군사주의와 가족주의의 연결성을 풀어나갔다. 기본적으로 ‘적’을 상정하는 군사주의가 가족주의의 배타성과 맞물린다는 것이다. 진경 씨는 “정상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상’의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들을 비난하고 비정상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울타리를 공고히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곧 민족이며, 국가인 한국 사회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이 세 가지의 동일성은 강화되고 ‘단일한’ 것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진경씨는 “가족해체라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 요즘, 전 사회적으로 어떻게 가족을 다시 뭉치게 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정당성이 외부의 적을 상정하면서 내부의 문제는 덮어버리는 것처럼, 정상가족이데올로기는 가족 내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게 한다”고 분석하면서 “레즈비언이, 장애여성이, 한국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이주 여성이 과연 가족 내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인 가족 안에서의 폭력과 차별이 계속되는 한 ‘평화’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WAW의 입장을 강조했다.
결혼이 장애여성 행복 척도 아니다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대표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몸을 가진’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의 혈연가족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함으로써 장애를 가진 딸이 있으면 바로 ‘비정상적인’ 가족이 되어버린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여성은 혈연가족 내에서 자라면서 어떤 선택권이나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 성인이 되어 가족을 구성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맡겨지는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여성이 독립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가족의 경제적 능력과 재산 정도를 따져서 ‘기초생활수급권’을 결정해버린다.
박 대표는 “결혼이 장애여성에게 행복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혼이나 동거, 또 다른 형태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장애여성이 평등한 가족관계를 가질 수 있기 위한 현실적인 제언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에 본인의 현실을 더 강화할 것’, ‘임대 아파트 입주시, 세대주가 다른 장애여성도 한 가족으로 함께 입주하게 할 것’, ‘장애인 코디네이터를 제도화할 것’등을 주장했다.
동성커플, ‘법적 권리’ 절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의 간사 케이씨는 ‘이성애중심적 가족주의 안에서 레즈비언 살아남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혼을 매개로 한 성인 남녀의 결합이 사회 구성원의 안정적 재생산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 부과되는 중요성은 그 무게만큼,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존재들에게 편견의 시선이나 비난의 강도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딸을 지지해 줄만한 부모가 거의 없는 이 사회에서 대부분의 레즈비언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을 숨기려고 애쓰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소위 ‘결혼적령기’에 이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와 친척들은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추궁한다.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족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혈연가족과의 고리를 끊고 독립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결혼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혜택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적 독립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고, 파트너와 함께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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