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전순옥 vs 조주은, '여성, 노동, 그리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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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12-06 08:46 조회2,116회 댓글0건본문
"우리는 왜 그렇게 혁명을 갈구했나"
'대화' <1> 전순옥 vs 조주은, '여성, 노동, 그리고 삶'
2004-05-15 오전 9:11:09
월 2회 정도 연재될 '대화'는 대다수 대담과 달리 논쟁이 지향점은 아니다. 책이나 글을 매개로 비슷한 지향과 입장을 가진 두 사람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될 '대화'는 애정과 신뢰에 기반을 둔 공통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게 목적이다. '사회적 소통의 장'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도 좀더 충실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첫 번째 '대화'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노동학자 전순옥씨와 노동자 가족을 연구하는 여성학자 조주은씨의 대담을 싣는다. 편집자.
전순옥 이야기
동대문 창신동 '참여성노동복지터' 소장인 전순옥(50)씨에게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전순옥씨 인생에도 큰 전환점이었다. 당시 16살이었던 그녀는 어머니 이소선씨와 함께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전씨는 22세까지 봉제의류 공장에서 일했고 그 후 노동조합 활동, 지역운동을 했다. 그녀는 35세의 늦은 나이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지난 2001년 런던 워릭대에서 70년대 여성노동운동을 다룬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They are not machines)>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그해 워릭대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최근 출간된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한겨레신문사 펴냄)는 이 논문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은 동일방직노조·청계피복노조 등 70년대 여성 노동운동가 1백여명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1970년대 여성 노동운동, 또 그녀들의 삶에 대한 재해석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전씨는 유학을 떠나기 전 바로 그 자리로 돌아왔다. 영국 대학과 성공회대 교수직을 마다하고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실이 있는 동대문에서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신 사회에 알려주는 역할이 바로 내가 할일"이라고 생각하며 "저소득층 여성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전씨는 또 지난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아 고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A Single Spark)을 영어로 옮긴 데 이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의문사진상위원회 등의 한국 민주화운동사 영문 번역 작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뒤늦게 그녀의 인생의 반려자가 된 남편 크리스 조엘(61)도 함께하고 있다.
조주은 이야기
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인 조주은(38)씨는 국내에서 드물게 '노동자 가족'을 연구하는 학자다. 노동, 노동운동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구체적인 삶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는 점에서 조씨가 석사학위 논문으로 쓴 울산 현대자동차 가족에 대한 <현대가족 이야기>(이가서 펴냄)는 올 상반기에 출간된 노동 관련서 중 도드라졌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재생산을 담당하는 곳인 가정은 노동 정책과는 거리가 먼 듯하지만 상호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노동자 가족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우리나라의 학문 풍토에서 조씨는 일찌감치 어려운 길을 선택한 셈이다. 이런 선택에는 남다른 개인사도 한몫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늦깎이 운동권이 돼 만난 노동운동가인 남편을 따라 울산에 내려가 '전업 주부'로 살았던 경험은 연구자로서 그녀를 '관찰자'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도 '노동'과 '가족'을 화두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순옥ㆍ조주은 이야기
두 사람에게 공통된 이슈는 '여성'과 '노동'이다.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참여성복지센터'에서 첫 대면하자마자 둘은 서로의 연구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며 대담은 시작됐다. 대담을 마치면서 전씨는 조씨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70년대 여성노동운동이 남성 연구자에 의해 경제주의적ㆍ고립적 운동으로 폄하돼 왔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두 사람은 연구 대상을 '대상화'하는 지금까지 구태의연한 연구 방법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제대로 설명될 수 없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 "공부한 사람들끼리만 아는 책을 쓰는" 기존의 현학적 풍토에 대한 저항 의식도 비슷했다. 조씨는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자 했고, 전씨는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직접 자기 얘기를 읽고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것"이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남성,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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